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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은 현재 기득권층의 학문일까? 정설로서 과연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분야일까? 앨빈 토플러와 함께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라고 일컬어지는 마인드세트의 저자 존 나이스비트의 경우 좀 부정적인 모양이다. 사람들은 그를 최고의 미래학자라고 하지만 그 자신은 정작 자신을 '미래학자가 아닌, 철저히 현실을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즉 이는 그가 미래학이라는 것을 현실의 토대 없이 근거 없는 직관을 늘어놓은 학문도 아닌 무언가- 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반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빈 토플러와 존 나이스비트의 탁월함은, 모두들 알고 있는 정보에서 파생될 수 있는 수많은 선택지 중 실제로 어떤 특정한 한 가지 결과가 도출될 것인지를 '잘 찍는', 즉 직관력에서 절반 이상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근거중심주의와 실용주의로 포장된 철저히 개인적인, 타고난 직관력의 향연인 것이다. 하긴 예전부터 이런 포장을 잘했으니 유명해졌겠지. 그의 전작 메가트렌드를 정독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마인드세트는 '트렌드 예측'보다는 '트렌드를 예측하는 나(저자)의 기본 견지'를 논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나만의 목표와 비전을 가져라! 근데 너도 내 비전을 카피해보는 게 어떠냐!' 라고 외치는 자기계발서적과 비슷하다. 실제 덩어리 정보를 얻기보다는, 그 정보를 얻거나 처리하는 법을 논하고 있다. 물고기보다 그물을 준다는 게 더 반가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 이 책을 구입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시중에서 사기 힘든 특제 명품 물고기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특제 그물을 제공했냐 하면, 좀 미적지근한 느낌이 있다. 원하는 것을 딱 내놓는다기보다는, 내놓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생각 못했던 다른 것도 주고 있어서 살펴보니 그리 나쁘지는 않은- 말하자면 티본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등심 스테이크와 질좋은 통새우구이가 같이 나온 느낌이다. 깜짝. 하지만 먹어보니 큰 불만은 없다. 맛있었거든. 그나마 건질 수 있는 물고기인 경제 도메인과 탈집중화의 경우 테마 자체는 생소할 게 없으나, 저자가 근거를 대고 예시를 제공하는 스타일로 보다 보면 훨씬 선명하게 보이는 맛은 있다. 그의 데이터베이스는 상황의 단편을 모아놓은 게 아니라 단편을 역사의 인간관계로 꿰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비약이 보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크게 무리한 부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마인드세트 중 한 가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앞서가지 마라'라고 못을 박아놓은 저자 아니던가. 다만 한 가지. 그는 미국인이고, 신자유주의자다. 그리고 강렬한 부정적 감정이 섞인 편견을 하나 가지고 있다. 바로, 유럽에 대한 경멸이다. 그는 유럽과 EU를 정말 한심하게 보고 있다. 문장 하나하나에 멸시가 녹아들어가있다. 책 후반부의 중국 부분과 유럽 부분을 비교해보면 어떤 독자라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를 보는 존 나이스비트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1) 결국 누군가는 (영리) 사업을 하고 투자를 해야 한다. 국가가 주도하는 프로젝트에는 한계가 있다. 2)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창업하고 투자하는 분야가 결국 성장한다. 3) 사업을 하는 누군가의 재정 규모가 크면 클수록 좋다. 마인드세트 자체는 좋지만, 그 마인드세트를 써먹을만한 분야에 관한 저자의 이러한 입장은,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에 제시된 입장과 대극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지금 시점에서 어느 쪽이 옳은지는 작년 9월부터 대충 밝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호경기였다면 이야기가 좀 다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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