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인간이 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부가적 개념으로 보는 사람, 그리고 실체적 개념으로 보는 사람.
전자의 경우 관계의 개념이 매우 단순명료하다. 두 사람이 서로를 알게 된다 : 관계가 생긴다. 두 사람이 서로를 더 이상 보지 않게 된다 : 관계가 사라진다. 즉 그 두 사람이 우선이고, 관계는 그저 그 두 사람 사이의 일시적이고 허상적인 무형의 통로일 뿐이다. 여기에서 관계는 실체가 아니고, 실체가 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이 관계는 어떤 경우에도 상황의 주어가 될 수 없다. 우선순위가 주어질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좀 다르다. 그저 두 사람이 있다고 해서 관계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전자 타잎의 사람으로서는 인지하기 힘든 모종의 교류를 통해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생기고 나면, 그 관계는 자체적인 생명을 얻게 된다. 이러한 관계는 부가적인 개념이 아니다. 심지어 두 사람이 서로를 더 이상 보지 않게 되어도 그 관계는 남는다. 다만 그 관계를 수식하는 형용사가 '정지된', '끝난', '비극적이었던'으로 바뀔 뿐이다. 이 관계는 두 개인과 관련하여 독자적으로 존재하며, 두 사람과 관계를 둘러싼 상황에서 종종 주어가 되기도 하며, 심지어 두 사람에 대하여 관계가 우선순위를 획득하여 사람이 관계에 끌려다니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두 사람의 관계가 아니라, 그 관계(의 유지 / 개선 / 파탄)를 위한 두 사람이 되는 것이다. 도식적으로 나타내보면 다음과 같다. 전자 : " X ~ Y " 후자 : " X ~ r ~ Y " ~은, 명백하게도, X와 Y가 없으면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이것이 전자에서 규정된 관계이다. 하지만 후자의 관계에서 관계 r은(무형의 개념이라 비록 소문자에 불과하지만) 그 자체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또한 가끔 X와 Y의 의지에 우선하여 그들의 움직임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를 수 있는 것이, X와 Y는 각각 하나의 ~만을 가지지만 r은 그 중간에서 두 개의 ~를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X와 Y는 이와 같이 규정된 r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즉 후자 타잎의 사람들은 관계에 의존한다. 실체적인 관계 r(n)이 없으면 타인과의 교류를 영위할 수 없는 것이다. r(n)은 안정적이고 달콤하며 r(n+1)은 처참하고 두려우며 r(n+2)은 희미하고 확장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느끼며, 그 인식이 오히려 각각의 r을 키우고, 그렇게 키워진 r이 당사자를 의존하게 만들며, 당사자의 인식 속에서 r은 종종 R이 되며 그 반대급부로 Y가 y로 변질되기도 한다. " X ~ r ~ Y " ==> " X ~ R ~ y " 이러니 X 입장에서는, R로 변한 r을 위해, y로 변해버린 Y에 대해, 몸이 있어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사람 취급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 타잎의 삶이란 후자 타잎의 삶에 비해 매우 무미건조할 수 있다. 즉 무미건조에서 탈피하는 대가가 관계의존에 인간무시의 비인본주의가 되는 것이다. 반어적일까? 종교적 신본주의에 대항하는 인본주의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관점에서 후자 타잎의 사람들에게 관계라는 것은 일종의 신앙과도 같다. 남들이 그것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해도, 당사자만은 그 관계에 독자적인 생명과 의미를 부여하고, 근거없이 믿고 또 믿는다. 그리고 그 신앙이 위협받으면 크게 흥분하고, 결국 그 신앙이 무너지면 같이 무너진다. 그러나 나는 이 사람들의 신앙이 그렇게까지 덧없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카테고리
전체雜說 카더라미디어 밥벌이 둔중한 소피스트의 삶 뒷다마 Tests for Fun Vulnerable to sound Scene only Analects Sacred Sex Transactions 미분류 이전 블로그
2008년 08월2008년 07월 2008년 06월 2008년 05월 more... 최근 등록된 덧글
제 인생 워스트 3에 들 ..by Circe at 08/18 너도 일식 맞았니? ;; by Profane at 08/08 묭박 때문에 요즘 공무.. by Profane at 08/08 그럼 상상으로 끝내지 내.. by 사랑 at 08/07 좀 제대로 된 사안에 저렇.. by Circe at 08/07 제 눈을 믿을수가 없군요.. by 세이람 at 08/06 상상으로 끝내자 -ㅂ-;; .. by Profane at 08/06 뭐 지금도 공식화만 안 했.. by 사랑 at 08/06 근데 그러면 계층을 법.. by Profane at 08/05 노블리스 오블리제. 소.. by 사랑 at 07/31 MSN 주소
최근 등록된 트랙백
아주 늦기 전에by 인생을 즐겁게 산다는 것. R에 대한 예의 by 달의 뒷면 전혀 즐겁지 않은 [즐거.. by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 by 날로먹는세상사 재미난 연애문답입니다. by 에린지움의 저녁산책 profane님께 받은 비.. by 에린지움의 저녁산책 후유의 터프한 연애문답 .. by 달의 뒷면 한국에서의 교육 by 40인치 저도 술 문답. by 에린지움의 저녁산책 창천항로 <3> by ASTRALopithecus 이글루 파인더
라이프 로그
![]() 인생 ![]() 이야기로 읽는 부의 세계사 ![]() 십자군 이야기 1 ![]()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