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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이 그리 좋을까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정말 자주 접할 수 있게 된 것이, 게시물이나 포스팅으로 올릴 수 있는 (누군가가 남긴) '좋은 말'들이다. 고금의 위인들이 했던 말, 아니면 이런저런 에세이가 실리는 정기간행물에 자주 실리는 '생각하게끔 해주는 말' 등등. 심지어 하루에 방문자가 만 명에 이르는 네이버 블로그같은 것들, 엄청난 분량의 멀티미디어와 여러가지 컨텐츠를 총망라한 이른바 '퍼가고 싶은 게 있을 때 들르면 좋은 곳'에서도 메뉴 중 한 귀퉁이에는 꼭 '좋은 말'을 모아놓은 카테고리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의 블로그나 자신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에 빈번하게 이러한 '좋은 말'을 올려놓는 '타잎'의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말미에는 언제나 꺄삐찬란한 이모티콘이 가득한 자신의 감상 한 두 마디를 올려놓는다. 정말 좋은 글이고, 보기만 해도 가슴이 푸근해지고, 그래서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등등.

물론 이러한 '타잎'의 사람들은 인터넷이 일반화되기 전에도, 혹은 일반화된 지금에도 좀 더 애널로그한 방식으로 언제나 자신의 기호를 표현해왔다. 자기 방 책상이나 직장 데스크 한쪽에 잡지나 신문에서 오려놓은, 혹은 컴퓨터로 프린트한 '좋은 말'을 붙여놓거나 하는 등이다.

이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아하면서도 신기하게 느껴지는 습성, 아니 행동양식 중의 하나이다. 물론 나도 종종 선현들이 남긴, 체험적 지혜가 나름대로의 통찰로 함축된 경구를 접하고 번쩍이는 감명을 받기는 하지만. 최소한 그건 처음 접했을 때에 국한된다. 이미 알게 된 건데 그걸 다시 본다고 해서, 혹은 반복적으로 본다고 해서 새로운 감흥이 다시 돌아올 리가 없잖은가. 말하자면 그런 건 내게 저장할 수 있는, 그래서 저장할 필요가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어차피 기억될만한 내용이라면 애써 다시 보지 않아도 영구적으로 남을 텐데 말이다.

게다가 빈번하게 올려지는 '좋은 말' 중의 대부분은 함축적이고 날카로운 지혜가 담겨있기보다는, 주로 '우리들 주위에는 아직 사랑이 있습니다', '각박하게 살다가 결국 끝에는 남는 게 하나도 없어요', '세상은 love & peace~',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빡빡하게 따지면서 피곤하게 살지 말아요 우리' 등등의 매우 greasy한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너무 자주 접하면 오심구토를 유발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런 말단적인 반응보다 역시 본질적으로 드는 건 아래와 같은 의문이다.

1) 저런 '좋은 글'을 접하고 정말로 좋아지는 게 있나?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 말 그대로 마음이 푸근해지나? 혹은 남이 쓴 저런 끈적한 글을 주기적 내지는 의도적으로 보면서까지 전환해야 할 침울한 기분이란 게 대체 있기나 한 건가? 사실은 그냥 올릴 포스팅이나 게시물이 없어서 적당히 남이 쓴 그럴듯한 글로 땜빵하려는 게 주목적이 아닐까?

2) 남이 써서 남긴 글을 보고 좋아하는 대신 어째서 자신이 직접 쓰지는 않는가?
by Profane | 2007/05/03 10:41 | 雜說 | 트랙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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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날로먹는세상사 at 2007/05/08 14:52

제목 :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좋은 말'이 그리 좋을까 원 글과 별 관계없는 듯 보일수도 있으나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어 트랙백합니다. 우리나라나 우리 사회 혹은 우리가 살고있는 공동체를 망치고 있는 것이 여럿있습니다. 터무니 없는 짓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세상에 큰소리 치는 인간들 말이죠. 식당에서 애새퀴가 남의 밥상위를 뛰어다녀도 입을 헤벌레 벌리고 잘한다 우리 아들(혹은 딸) 참 활기차고 건강하구나 말하고, 그 피해를 본 이나 혹은 주변에서 참상을 ......more

Commented by ipSum at 2007/05/03 11:40
음 무슨 기분인지 알 것 같아요. 우리 어머니께서 저런걸 좋아하시죠 ㅎㅎ
냉장고 옆에 붙여 두시곤 하는데, 너무 유치찬란해요

얼마전엔 '환장하게 긍정적일 것' 같은 랄랄라한걸 붙여두셔서;;;;;

그래도 감명을 잘 받는 체질이라는건 뭔가 부럽지 않아요? ㅎㅎㅎㅎ 세상이 즐거울 것 같아요
Commented by peachwood at 2007/05/03 12:02
공감을 바라는 사람들인건지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어딘가에서 발견해서 공감하고 기뻐하고, 그것을 자기 곁에 모셔놓을 뿐이라거나.

뭐.. 어쩌면 그저 장식성에 반하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좀 다른 의미로서의 악세서리 일지도 모르잖아요?

까페나 블로그 등에 그런 글귀를 올려 놓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자기가 속한 그룹의 구성원들에게 초콜렛 같은 것들을 돌리는 사람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냥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ㅅ' 그냥 타인을 수용할 줄 알며 친절하고, 사랑받기 원하는 사람들? 지적 자극 보다는 감성적 자극에서 더 충만함을 얻는 사람들? 어렵다 후후
Commented by nadia at 2007/05/03 13:51
머리와 가슴에 담아두고 실천하기엔 너무 힘들어서 그냥 적어 두는 것 같아요.

여기 저기에.

우리집 거실에 붙어 있는 < 싱크대 거름망 살것! >등등의 메모가 더 실용적일것 같지만요.
Commented by luxferre at 2007/05/03 22:55
읽은 적이 있다고 항상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너무 퍼온다거나 모아놓고 액세서리화 하는 건 문제가 있겠지만 언젠가 감성이 맞아 떨어져서 불특정한 시기에 공감이 증폭되기도 하는거구요. 모아놓고 한번씩 읽어보며 언젠가 그중 하나가 내게 특별한 공감을 줄 때를 기다리는 창고인건지도 모르죠^^;
Commented by 해마 at 2007/05/04 02:33
참 예리한 지적입니다
Commented by 치즈 at 2007/05/04 10:04
luxferre님 의견에 한표요. 창고같아요 창고. 제 경우는 어딘가에 올리지는 않지만 예전에 저런 비슷한 주기적인 이메일을 받아서 좋은 것들은 폴더 하나에 고이 모셔둔 적이 있어요. 그 때 제 기분은 뭐랄까, '이런 것을 이렇게 적절한 단어와 문장으로 표현해 낼 수 있구나, 대단하다. 나중에 따라하는데 좀 참고해볼까나' 정도. 그리고 내 기억력에 대한 불신 약간. 거기에 미니기기를 모으는 듯한 약간의 수집욕이 더해진거죠. 그리고 극소수지만 실제로 자주 읽으면 한번 읽는 것보다 효력을 더 발휘하는 글들도 있고요. 책처럼 시일이 지난후에 읽으면 처음 읽었을 때와 다른 느낌을 받는 것들도 있어요.

그러나 그룹내의 사람 모두에게 작은 초콜릿같은 걸 돌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도- 재배포는 잘 이해되지 않아요. 초콜릿은 먹을것이란 측면에서 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받는 사람이 거의 전부 좋아할 거라는 걸 기대하고 돌리는 거지만 (본인이 싫어하는 음식이면 다른사람에게 주기라도 하죠) 저런 것은 마치 사상의 주입같은 느낌이어서요. 물론 2번과 같은 이유로 스스로 쓴 것이 아니라는데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조금 있고.-,.-; (...) 뭐 대부분의(전부가 아니라!) 실체는 저도 땜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그러나 저만해도 그러한 재배포때문에 그런 것들을 우연히 시기적절하게 접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그저 목적이 땜빵인 사람들을 제외하고 조금이라도 생산적인 목적이 있는 거라면 그런거 아니겠어요? 나도 그랬듯, 어딘가에서 헤메고 있을 듯한 인간을 건져올려주고 싶은거. 실제로 '여전히 당신은 사랑받고 있습니다'라는 한 마디로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 지는 사람들도 꽤 많고. 문제는, 적절하지 않은 곳에 뻔하고 중복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간지러운 말들에는 별 동요가 없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거지만요.
Commented by 타림 at 2007/05/04 10:30
1) 그들은 보면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싸이월드에 서로 칭찬하는 것 못 보셨나요. 세상은 따뜻하고 아름다워요.
2) 그거야 쓸 능력이 안되니까..
Commented by peachwood at 2007/05/04 15:52
조금 딴소린데 나도 예전에 윌리엄 블레이크의 싯귀가 너무 예뻐서 수첩에 적어놓은 적이 있어요. 기분이 한껏 증폭되었을 때 작성해 놓은 건데, 다시 접할 때마다 그 기분(작성한 순간의 기분)이 재생되더라고요.
Commented by Profane at 2007/05/04 17:30
ipSum > 아주 즐거우면서도, 동시에 두려운 곳이 될 것 같아요. ^^;

peachwood > 맞아. 어렵다 흑흑

nadia > 네. 그쪽이 훨씬 실용적일 것 같아요. 심리적인 부분에서도요.

luxferre > 음. 뭔거 건강식품 중독과 비슷한 느낌이... ;;

해마 > 'ㅁ';;

치즈 > 그런 말에 건져 올려지는 심정의 사람이 정말로 있긴 있는 건가요? -ㅁ-

타림 > 직접 칭찬받는 게 아니라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거야? ;;

peachwood > 돈 안 드는 약이구나.
Commented by 후유소요 at 2007/05/04 22:12
말보다 행동 ' ~')/ 사랑은 액션, 세카이와 라부 엔도 피-스!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꽃에서 천국을 본다. (빙긋) 오래 된 기억이라 정확한지는 모르겠근영.
Commented by 사키 at 2007/05/05 18:44
보갱같은 경우도 있는만큼 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좋은 말이란 건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든가, 타인을 배려하고 따뜻하게 대하라든가 하는 거죠. 즉 세상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심어주는 말이거든요. 저런 말을 통해 바람직한 가치관을 재학습하고 칭찬의 배경지식을 쌓는 거죠. 뭐 저도 어릴 때 볼테르의 네 의견은 맘에 안들지만, 그래도 네가 말할 수 있는 권리는 목숨걸고 지켜줄게. 라는 말에 무지하게 감동받아서 몇년동안 스케쥴러에 적어놓고 다녔던지라 그들을 잘 이해할 수 있달까. :)
Commented by 치즈 at 2007/05/07 10:25
꽤 많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봐요.;ㅁ; 그래도 여기 있긴 있잖아요, 그런 사람.-ㅁ-/;;
Commented by Profane at 2007/05/07 15:17
후유소요 > 사람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말'과는 거리가 있는 듯? -ㅂ-;;

사키 > 아니, 그러니까 감동적인 신조어를 적어두고 다니는 행태보다는 greasy한 '좋은 말' 중독 증상이 포커스라니까. ;;

치즈 > ...에에... 그러면 저도 그 '좋은 말'이라는 것 좀 생산해봐야 하겠네요. (과연 가능할까!?)
Commented by peachwood at 2007/05/07 15:58
후유소요/ 옙 정확히 Auguries of Innocence 맞습니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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