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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항로 <1>
조조의 재능 사랑은 문헌적으로도 검증할 수 있다. 위국 승상으로서 전국에 공표 및 시행한 정책 중에 '不仁不孝 唯才是擧'라는 눈에 확 들어오는 원칙이 있는데, 말하자면 '덕이 없고 효심(충성심)이 없어도 재능만 출중하면 천거와 채용이 가능하다'라는 의미이다. 당시는 제자백가 중 유가를 택하여 오직 유가적 윤리와 원칙을 행정입법사법 모두에 전면적으로 반영했던 한나라 400년 끗발이 여전히 성성했던 시절이라,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덕이 없고 불효불충하면 절대로 관리로 뽑히지 못했던(아니 채용을 떠나서 사람 취급도 못 받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조조의 이러한 정책 및 세계관은 이를테면 정말 확 깨는 무언가였던 것이다. 특히 유학자들에게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님아 그러면 우리는 아무 쓸모없는 이야기를 평생동안 곱씹고 살아왔던 겁니까? 조조 : 두 말하면 잔소리지. 물론 법을 정비하고 형벌의 엄중함을 시행하던 조조의 정치관이 법가의 큰 줄기와 상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패도하더라도 부국강병을 높이 치는 법가의 목적이 언제나 재능우선의 실용주의를 채택하는 건 아닐 것이다. 두 가지는 서로 비슷한 길을 갈 수는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좀 다른 영역의 이야기이다. 어찌되었건 조조는 법가적 부국강병의 방법론으로 재능을 제1 척도로 삼는 실용주의를 채택했고, 그 원칙은 조조가 원소를 밟아누르고 하북을 석권하기 전부터도 일관적으로 실행된 바 있다. 나름대로 왕도적인 순욱이나 정욱이야 그렇다 쳐도, 독랄하고 치밀한 가후나 초천재지만 유가적 도덕과는 절대 거리가 먼 곽가같은 군사를 중용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조조의 재능 사랑에서 확 비껴나간 게 바로 관우이다. 조조가 보기에 관우는 정말 유비같은 허풍쟁이 밑에서 썩을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극한의 Lawful Good 세계관을 몸으로 직접 실천하는, 이미 자기 관이 확립된 거물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람이 나하고 같이 일하면 중원의 통일, 아니 나아가 천하 통일도 내 살아있을 때 가능할 텐데! 조조의 바램에도 불구하고 관우는 의리 때문에(더하여 자신의 판단에 의하여) 결국 유비를 택했다. 하지만 조조의 재능 사랑, 인재 사랑은 선호 수준이 아니라 거의 중독 수준이니. 조조의 관우에 대한 애정이 BL물 수준까지 이르는 건 당연하다 하겠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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